일본 식생활의 변화
- ilmunyon
- 2021년 6월 23일
- 4분 분량
최종 수정일: 2022년 4월 9일
1) 현대 일본의 식생활
전후(戰後) 경제 부흥에 성공한 일본은 식생활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한 예로, 전후 고도성장기에 걸쳐 일본인들은 영양가 높은 식품에 대한 지출을 일제히 늘렸는데, 1960년대에 147.4g에 불과하던 국민 1인당 하루 동물성 식품 섭취량(전국 평균)이 1973년에는 305.5g으로 늘어났다. 또한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 가계 총지출에 대한 식비 비율이 낮아진다는 이른바 엥겔 계수1)는 1955년 51.5%에서 1975년 33%로 낮아졌다.
이 20년간의 감소율은 1870년대부터 1920년대까지 50년간의 감소율에 필적하는 수준이다. 이와 함께 어린이 비만 문제가 대두되기 시작한 것도 이 시기부터이다. 일본 문부성(文部省)이 1969년에 발표한 〈비만 아동 전국 조사〉에 따르면 11세 남자 어린이의 4%, 14세 여자 어린이의 8%가 비만으로 조사되었다.

일본인의 칼로리 섭취는 1973년에 정점에 달해, 전년 대비 국민 1인당 식비 지출 비율은 거의 변동이 없었다. 식생활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해, 도쿄(東京)에는 세계의 산해진미가 소개되었고, TV나 라디오, 잡지 등에는 지면 가득 맛집 기사가 채워지는 등 식도락 붐이 일었다. 또한, 식도락도 일종의 패션이라는 의식이 널리 퍼져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고, 특별한 날이 아니더라도 일반 가정의 식탁에 스테이크나 회, 튀김 등이 오르게 되었다.
한편 조미료가 많이 사용된 음식에 대한 반발로 주부들이 손수 음식을 만들거나 자연식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높아졌다. 백화점에는 자연식품 코너가 등장하는 한편, 자연식품이 하나의 산업이 되어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산물 직거래(산지 직송) 방식이 큰 호응을 얻었다. 뿐만 아니라 유기농법의 무공해·저공해 야채를 생산한 사람의 실명과 산지를 기록해 판매하는 슈퍼마켓이 출현했다.
2) 생활양식의 변화
전쟁 전, 일본의 부엌은 재래식이라는 면에서 한국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1950년대 후반에 등장한 공단 주택의 2DK 아파트2)는 이러한 재래식 부엌에서 새로운 형태의 부엌으로 탈바꿈하는 전형이 되었다. 2DK 아파트는 새로운 형태의 부엌을 채택한 현대식 아파트로, '3대 신기(神器)'라고 불리던 냉장고, 세탁기, TV와 함께 일본 주부들의 동경의 대상이 되었다. 또한 '덴키가마(電気釜, でんきがま)'(전기밥솥)의 등장은 부엌의 근대화에 크게 기여해, 일본의 주부들은 밥 짓는데 소요되는 노동과 시간의 부담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었다.
주식으로 아침에 빵이 등장한 것도 이때부터이다. 여기에는 대도시로의 인구 집중, 노동자 가구의 급증, 주·식의 분리 등에서 오는 아침식사의 간편화라는 시대적 요구와 일본 정부의 분식 장려 정책이 일조를 했다. 이러한 시대 상황에 힘입어 토스터도 급속히 보급되었다.
이 시기의 또 하나의 큰 특징으로는 외식산업의 발달을 들 수 있다. 1970년대 들어, 미국에서 들어와 널리 보급된 햄버거, 프라이드치킨, 패밀리레스토랑 등이 급성장하는 한편, 체인점을 둔 외식산업은 그후로도 계속 늘어났다. 뿐만 아니라 도시락 체인점, 석식 재료를 조리 방법과 함께 배달해 주는 사업 등도 등장해, 매스컴에는 종종 도마와 칼이 없는 가정이 늘고 있다는 기사가 등장하기도 했다.
일본인이 좋아하는 요리 Best 20
1위초밥 (すし)
2위회 (刺身, さしみ)
3위라면 (ラーメン)
4위된장국 (みそ汁)
5위생선구이 (焼き魚)
6위불고기·철판구이(焼き肉·鉄板焼き)
7위카레라이스(カレーライス)
8위만두(ギョーザ)
9위샐러드(サラダ)
10위돼지고기를 넣은 된장국(豚汁, ぶたじる)
11위쇠고기전골·샤브샤브(すき焼き·しゃぶしゃぶ)
12위고기를 넣은 감자조림(肉じゃが)
13위양념을 한 어육·채소 등 여러 재료를 섞어서 지은 밥(五目ご飯)
14위메밀국수(そば)
15위닭튀김(鶏のから揚げ)
16위우동·국수(うどん·きしめん)
17위튀김(天ぷら)
18위채소 절임(漬物, つけもの)
19위어묵(おでん)
20위낫토(納豆, なっとう)
『日本人の好きなもの』 (NHK出版生活人新書. 2008)
이러한 외식산업이 발달하게 된 데에는 독신 생활자의 수가 많다는 것 이외에도 급속한 다점포화를 가능하게 하는 프랜차이즈 시스템의 확립과 시스템 키친을 비롯한 공장 생산체제 등의 시스템화가 크게 기여했다. 1960년대 중반, 이들 시스템화의 도입으로 일본의 외식산업은 체인화의 형태로 발전해 나갔고, 그 결과 일본 샐러리맨의 점심은 대부분 도시락에서 외식으로 바뀌게 되었다.
3) 슈퍼마켓의 등장 1950년대 후반, 일본에 새로운 쇼핑 양식인 슈퍼마켓이 등장하게 된다. 1957년, 미국의 드럭스토어(drug store)5)를 모델로 한 다이에(ダイエー)는 의약품을 중심으로 화장품, 캔, 조미료 등 대기업에서만 제조가 가능한 상품을 박리다매 방식으로 취급하였다. 이들이 내세운 박리다매 정책은 대성공을 거두었고, 이로써 슈퍼마켓은 일종의 붐을 형성하게 되었다. 그러나 1960년대 들어 셀프서비스점이 2천여 점을 초과하면서 동종업계 간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고, 대형 슈퍼마켓은 의류, 전기제품 등 일반상품으로까지 박리다매 방식을 확대해 나갔다. 도쿄에 있는 다이에(ダイエー) 히몬야점(碑文谷店).다이에는 1957년에 「주부의 가게 다이에(主婦の店ダイエー)」 로서 오사카에서 출발했다. 소매업 매출 일본 제일이 되는 등 슈퍼마켓의 보급에 공헌했다.

슈퍼마켓이라는 새로운 소매 시스템은 대형 제조업체에 있어서는 생산품을 대량으로 판매할 수 있는 유리한 유통 구조였다. 이에 매입 품목을 다점포에 대량으로 판매할 수 있는 경영시스템이 요구되면서, 상품의 대량 유통을 용이하게 하는 규격화의 필요성이 제기되기에 이르렀다. 이로써 포장 혁명이 일어나, 야채나 생선·고기 등의 상품을 랩이 씌워진 팩으로 공급할 수 있게 되었고, 우유나 간장 등에도 종이팩 방식이 채용되었다. 그리고 1970년대에는 장바구니를 대신해 1회용 비닐봉지가 일반화되기에 이르렀다.
4) 인스턴트 식품의 등장
고도 경제성장기, 일본의 가장 전형적인 식품은 라면으로 대표되는 인스턴트 식품이다. 1958년 닛신식품(日清食品, にっしんしょくひん)6이 치킨라면을 발매하면서 일본 내에 인스턴트 붐이 일었고, 이어 1960년에는 모리나가 제과(森永製菓, もりながせいか)7가 일본에서 처음으로 인스턴트 커피를 발매했다. 그리고 1971년에는 컵라면이 등장하면서 인스턴트 라면은 일본인의 국민식품이 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였다. 그 밖에도 인스턴트 미소시루(일본식 된장국)·단팥죽·감자칩 등 인스턴트 식품 산업은 급성장하였는데, 이처럼 인스턴트 식품이 널리 보급된 가장 큰 이점은 무엇보다 간편하게 먹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인스턴트 식품이 폭발적으로 유행한 뒤에는 필요시 해동시켜 조리하는 냉동식품이 널리 보급되었다. 냉동식품은 크로켓, 반 조리식품, 만두와 같이 기름에 튀기거나 굽거나 찌기만 하면 되는 가공 식품류가 주를 이루었다. 냉장고가 보급되기 전까지 고기나 생선, 야채 등은 매번 필요할 때마다 구입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그러나 1965년, 2도어 냉장고가 시판되면서 냉장고 보급률은 50%에 달해, 이때부터 가정의 식품 보존은 냉장고가 담당하게 되었다. 동시에 상온 보존이란 개념이 점차 희박해져, 된장이나 간장은 물론 잼이나 매실장아찌 등도 냉장고에 보관하게 되었다. 한편 전쟁 전부터 존재했던 캔이 고온이나 가압의 살균에 견딜 수 있는 플라스틱 포장으로 바뀌어 상품화되었다. 이것이 바로 데우기만 하면 된다는 의미의 레토르트 식품(レトルト食品)8)인데, 이것은 발매 당시 '우리 아빠 최고 요리는 ○○카레'라는 광고가 히트하면서 레토르트하면 당시 일본에서는 카레를 떠올리게 되었다. 냉동식품이나 레토르트 식품이 인기를 끈 이유는 역시 인스턴트 식품에서는 느낄 수 없는 진짜에 가까운 맛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자연식품이나 건강식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손수 만든 음식이나 숯불구이 등의 방식이 인기를 끌게된 것도 이때부터이다. 그러나 그러한 오리지널을 지향하는 한편, 일상의 식생활에서는 보존의 편리성과 재료 준비나 조리의 간편함을 추구했다. 따라서 판매도가 높은 것은 서구의 슈퍼마켓 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냉동 조리된 고기나 야채보다 단시간에 쉽게 먹을 수 있는 조리의 수고가 덜어진 식품이었다. 이러한 간이식품을 중심으로 성장한 점이 서구와 일본의 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일본 식생활의 변화 (사진 통계와 함께 읽는 일본 일본인 일본문화, 2011. 9. 5., 정형)
留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