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식기
- ilmunyon
- 2021년 7월 17일
- 5분 분량
현재 일본의 전통요리로서 인정받고 있는 음식이 완성된 에도시대(江戸時代:1603년~1867년)에는 일본식기의 발전도 정점에 달해, 현재와 거의 같은 형태의 식기가 되었다. 음식을 먹는 데 젓가락을 사용한 것이 식기의 발달에 큰 영향을 미쳤다. 금속제 나이프나 포크와 달리 젓가락(箸)은 나무나 옻칠을 한 부드러운 재료로 되어 있어, 식기도 도자기뿐만 아니라 젓가락과 비슷한 재료로 만들어졌다.
주발은 국물을 마시거나 젓가락을 사용해서 건더기를 집을 수 있도록 발달했고, 접시는 젓가락 끝을 섬세하게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형태와 크기로 발달했다. 또한 젓가락으로는 재료를 자를 수 없기 때문에 음식은 미리 작게 잘라서 각 접시에 담겨졌다. 이러한 이유로 일본 음식의 접시는 서양 음식에 비해 그 숫자가 꽤 많다.
한편, 일본 요리의 특징은 계절감을 중시하는데, 식기는 계절감을 표현하는 중요한 수단이었다. 가령 여름철에는 유리나 대나무 용기가 적합하다. 즉 일본의 식기는 눈을 즐겁게 하고 식욕을 돋우기 위한 것으로, 요리와 그릇 사이에 미묘한 미적 밸런스를 중요시한다. 따라서 계절감을 나타내기 위한 정해진 디자인이나 모양이 있으며, 각 지방의 다양한 재질을 가진 식기를 어떻게 선택하고 조화시키는가가 요리인의 솜씨에 달려있다고 보았다.
일본의 전통요리에는 가이세키요리(会席料理, かいせきりょうり), 혼젠요리(本膳料理, ほんぜんりょうり), 자카이세키요리(茶懐石料理, ちゃかいせきりょうり)가 있다. 이 모든 요리의 기본은 '일즙삼채(一汁三菜)'이다. 가령 서양의 정찬에 해당하는 가이세키요리(연회나 집회용의 전형적인 요리)는 국, 생선회, 구이, 찜 등의 구성으로 되어 있고, 식사의 맨 마지막에 밥과 절임류(漬け物)가 나온다.
이러한 요리에 필요한 1인분의 식기 종류로는 젓가락, 국그릇, 생선회를 담은 접시와 간장용 접시, 구이 접시, 찜그릇, 밥그릇, 절임용 작은접시 등이 있다. 또한 술이 나오는 경우에는 술잔과 술병이 추가된다. 식단 메뉴에 따라 가이세키요리의 종류는 5첩 반상, 7첩 반상, 혹은 11첩 반상이 되기도 한다. 면류(우동, 메밀국수), 생선회, 정식요리에는 모두 전용 식기가 따로 있다.
양식의 증가와 함께 일본에서도 서양 식기가 널리 사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양식과 일본 정식 양쪽에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식기가 늘고 있지만 밥그릇, 국그릇, 젓가락은 일본 정식의 기본이기 때문에 어느 가정에서나 모두 갖춰 놓고 있다. 대부분의 식기는 다섯 개가 한 조를 이루는데, 보통 밥그릇과 젓가락은 개인용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일본 요리는 모두 젓가락을 사용해서 먹는다. 국을 먹을 경우, 건더기는 젓가락으로 건져 먹고, 국물은 국그릇에 직접 입을 대고 마신다. 젓가락은 노송나무나 버드나무와 같이 가볍고 단단한 나무에 옻칠을 한 것이 일반적인데, 최근에는 대나무나 플라스틱 제품도 늘고 있다. 일반 가정에서는 개인용 젓가락을 사용하는 것이 습관처럼 되어 있고, 식당에서는 와리바시(割り箸 : 일회용 나무젓가락)를 쓴다. 사이바시(菜箸, さいばし)라는 대나무로 된 긴 젓가락은 조리용으로 많이 사용하고, 금속제에 나무 무늬가 붙어있는 긴 젓가락은 튀김요리를 할 때 사용한다. 그리고 식사 중에 사용하지 않을 때에는 도자기나 나무, 유리 등으로 된 하시오키(箸置き) 위에 젓가락을 얹어 놓는다.

[참고] 세계의 미식(美食)이 모여 있는 도시 도쿄(東京) 미슈랑가이드 도쿄 2008 표지 2007년 11월, 유럽과 미국의 레스토랑 가이드로서 유명한 「미슈랑가이드」의 첫 번째 아시아 편인 『미슈랑가이드 東京(とうきょう) 2008』이 발행되어 큰 화제가 되었다. 이 책에는 150개의 레스토랑이 소개되어 있는데, 그 중 60%가 일본 요리점이었고 나머지 40%가 프랑스 요리, 이탈리아 요리, 중국 요리 등의 외국 요리점이었다. 일본의 서양 요리나 중국 요리의 역사는 메이지시대(明治時代)에 시작되었다. 서양 요리의 경우, 처음에는 체류 외국인을 위한 고급식당 이었는데, 얼마 후 요리를 일본인의 입맛에 맞고 저렴한 가격으로 바꾸어 가면서 그것이 양식(洋食)이라는 이름으로 보급되어 갔다. 중국 요리는 고베(神戸, こうべ)나 나가사키(長崎, ながさき), 요코하마(横浜, よこはま) 등의 개항지에 중국인이 들어와 식당을 연 것이 시작으로, 요리를 일본인의 입맛에 맞게 개량해 가면서 일본 전국으로 퍼져 나갔다. 제2차 세계대전 후, 고도 경제 성장과 거품경제를 경험한 일본에서는 유럽이나 중국으로부터 직접 뛰어난 요리사를 초빙하거나 혹은 일본인이 요리의 본고장인 현지에 가서 요리를 배우는 등 현지의 맛을 그대로 재현하는 식당, 혹은 일본의 식재료나 조미료를 사용해 현지의 맛에 또 다른 맛을 모색하는 식당이 일본 전국 특히 도쿄에 많이 생겨났다. 이러한 식당들의 개업 배경에는 경제력을 지닌 많은 일본인들이 빈번히 해외여행을 다니면서 현지의 맛을 알게 되어, 도쿄의 외국 음식 전문식당의 고객이 되었다는 점이 있을 것이다. 또한 프랑스, 이탈리아, 중국 등 대표적인 외국 요리 만이 아니고, 도쿄에는 기타 유럽국가들,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남미 등 세계 각지의 요리를 제공하는 식당이 모여 있다. 도쿄에 체재하는 외국인들이 많다는 점도 이러한 식당의 성업의 원인이 되겠지만, 외국 문화의 수용과 소화 능력이 뛰어난 일본인들이기에 가능한 현상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참고] 다양한 요리·구르메 만화



일본의 만화에는 다양한 계층별로 이들을 위한 다양한 장르의 작품이 있는 것이 특징인데, 그 장르의 하나에 요리를 다룬 만화들이 있다. 한국에도 번역출판되어 있는 『맛의 달인』(『美味しんぼ』), 『초밥왕』(『将太の寿司』), 『아빠는 요리사』(『クッキングパパ』), 『신의 물방울』(『神の雫』) 등이 그 예이다. 일본에서는 다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요리 만화가 발표되고 있고 그 내용도 다양한데, 음식과 요리를 둘러싼 인간 드라마나 먹거리를 둘러싼 사회문제, 환경문제, 문화에 관한 화제 등이 중요 주제들이다. 그리고 스토리의 전개를 복잡하게 만들기 위해 단순히 요리를 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요리 과정에서 일어나는 갈등을 해결한다거나 요리의 질과 완성도를 경쟁한다는 에피소드도 많이 도입된다. 예를 들면 20년 이상에 걸쳐 연재되어 1억 권 이상이 팔려 나간 『맛의 달인』의 경우, 주인공 야마오카(山岡, やまおか)와 그의 아버지와의 갈등을 축으로 두 신문사를 배경으로 한 「궁극의 메뉴(究極のメニュー)」와 「지고의 메뉴(至高のメニュー)」의 대결을 통해 음식을 둘러싼 사회문제를 고발한다거나 등장인물들이 음식에 의해 애정을 확인하는 내용 등이 묘사되고 있다. 이 만화는 텔레비전의 애니메이션과 드라마로도 제작되었다. 또한 『맛의 달인』과 같이 다양한 요리가 등장하는 만화 외에 스시(『초밥왕』)나 라면, 카레라이스, 빵, 와인(『신의 물방울』) 등 특정의 요리와 식자재를 주제로 한 만화들도 있다.
[참고] 짬뽕-디아스포라의 요리


'디아스포라'라는 말은 본래 유태인이 고국 팔레스타인을 잃고 각지로 유랑하게 된 것을 의미했지만, 오늘날에는 넓은 의미로 자신들이 속해있던 공동체에서 어쩔 수 없이 이산(離散)하게 된 사람들 및 그 후예들을 지칭하는 말로서 사용되고 있다. 노예무역에 의해 팔려나간 흑인들, 일제시대부터 오늘날까지 일본, 만주, 중앙아시아, 사할린, 미국 등으로 이주하게 된 한국인들, 19세기 후반부터 하층 노동자로서 세계 각지로 퍼져나간 중국인들이 그 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이주와 더불어 자신들의 생활과 문화를 지켜가면서 이주지의 문화와 교류하고 상호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한국인들이 즐겨 먹는 중국 음식 중에 짬뽕이 있다. 그런데 일본에도 같은 이름의 짬뽕(ちゃんぽん)이 있다. 이 음식은 메이지시대(明治時代)에 나가사키(長崎)의 시카이로(四海楼, しかいろう)라는 중국음식점 주인(중국인)이 그곳에 와 있던 중국인 유학생들을 위해 고안해 낸 음식으로, 나가사키 향토음식으로 유명해져 지금은 일본 각지에서 즐길 수 있게 된 중일 음식문화의 합작품으로 자리 잡았다. 일본의 짬뽕은 굵은 면에 고기, 어패류, 야채 등으로 볶은 수프를 사용하고 있는 데 우리와는 달리 전혀 매운 맛이 아니다. 한국의 짬뽕의 기원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는데, 나가사키 짬뽕이 전해진 것이라는 설도 있다. 우리의 짬뽕도 재료는 일본 것과 거의 비슷하다고 볼 수 있는데, 고춧가루를 대량으로 사용해 매운 맛을 내고 있다는 점이 다르지만 이전에는 우리의 짬뽕도 빨갛지도 않고 매운 맛도 아니었다고 하니, 짬뽕이라는 같은 이름의 이 음식은 중국 화교들의 디아스포라와 연관이 있음은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같은 화교들이라고 해도, 한국의 화교는 산동성(山東省) 출신자들이 많고, 일본의 화교는 복건성(福建省)·광동성(廣東省) 등과 같은 중국 남부 출신자들이 많은 것이 특색이다. 짬뽕이 과연 같은 기원을 지니는 것인가 아니면 다른 기원이었지만 우연히 이름이 같아진 것인가 앞으로의 연구를 기다려야 하겠지만, 어떻든 중국에 기원을 둔 요리가 제각기 한국인과 일본인의 기호에 맞추어 변화해 오늘날과 같은 음식이 된 것은 흥미로운 음식문화의 이동과 변용이라고 볼 수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일본의 식기 (사진 통계와 함께 읽는 일본 일본인 일본문화, 2011. 9. 5., 정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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